케이지에이는 6월 12일에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여기까지는 흔한 일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6월 15일 정정, 6월 22일 정정, 6월 24일 정정, 7월 2일 정정, 7월 6일 정정, 7월 9일 정정, 7월 15일 정정. 중간에 발행가액 확정 공시가 한 번 나왔는데 그것도 7월 2일과 7월 15일에 다시 정정됐다. 7월 20일 발행 결과 공시로 마무리되기까지, 이 한 건의 유상증자가 만들어낸 공시는 모두 12건이다.
블루산업개발은 더하다. 6월 26일에 유상증자 정정을 세 건 한꺼번에 올리고, 7월 8일에 또 세 건, 7월 13일에 또 세 건을 올렸다. 그 사이사이에 전환사채 발행 정정이 네 번, 주식병합 결정과 그 정정, 주주총회 소집 결의와 그 정정이 끼어 있다. 두 달 동안 이 회사가 낸 공시는 스물여섯 건인데, 새로운 사건은 그중 몇 개 되지 않는다.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매일 들여다보는 사람이라면 이 화면이 익숙할 것이다. 유상증자 공시는 늘 넘쳐나고, 자사주 매입 공시는 어쩌다 하나씩 보인다. “주주환원이 늘었다는데 왜 내 계좌에 오는 건 증자 소식뿐이냐”는 감각은 여기서 나온다.
지난 두 달 동안 유상증자 관련 공시를 가장 많이 낸 회사들은 이렇다.
| 회사 | 유상증자 관련 공시 |
|---|---|
| 케이지에이 | 12건 |
| 블루산업개발 | 12건 |
| 한국유니온제약 | 10건 |
| 다보링크 | 8건 |
| CSA코스믹 | 8건 |
| 푸드나무 | 7건 |
여섯 개 회사가 만들어낸 공시만 57건이다. 밸류업이니 주주환원이니 하는 말이 오가는 동안, 화면 앞에 실제로 뿌려지는 문서는 이런 이름들이 채우고 있었다.
그래서 세어봤다. 감각이 아니라 숫자로 확인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일단 세어보니, 유상증자가 1.7배 많았다

DART에 최근 60일 동안 올라온 공시를 전부 긁었다. 2026년 5월 23일부터 7월 22일까지, 2,106개 회사가 낸 공시 7,467건이다.
이 중 자사주와 관련된 공시가 310건, 유상증자와 관련된 공시가 542건이었다. 1.75배. 주주에게 돈을 돌려주는 쪽보다 주주에게 돈을 걷는 쪽이 확실히 많아 보인다.
같은 기간 공시를 성격별로 나누면 자사주 310건은 전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 성격 | 건수 |
|---|---|
| 투자 관련 | 1,188 |
| 계약 관련 | 610 |
| 유상증자 관련 | 542 |
| 실적 관련 | 421 |
| 전환사채 관련 | 384 |
| 자사주 관련 | 310 |
| 지배구조 관련 | 277 |
| 악재성 | 186 |
| 소송 관련 | 119 |
| 합병 관련 | 102 |
기사 제목으로 뽑기 좋은 숫자다. 체감과도 맞는다. 그런데 542건을 하나씩 열어봤더니 이 숫자가 통째로 흔들렸다.
542건 중 255건은 같은 얘기를 다시 한 것이었다
유상증자 관련 공시 542건 가운데 제목에 [기재정정]이 붙은 것이 255건이었다. 전체의 47%다. 절반 가까이가 새로운 증자가 아니라, 이미 발표한 증자의 일정이나 발행가액이나 조건을 고쳐서 다시 올린 문서였다.
케이지에이의 12건이 딱 그 구조다. 실제 유상증자는 한 건인데 공시 카운터에는 12번 찍힌다. 블루산업개발의 유상증자 정정 아홉 건도 마찬가지다. 문서는 아홉 장이지만 시장에서 벌어진 일은 하나다.
정정이 왜 이렇게 많이 나오는가. 유상증자는 결정 시점에 발행가액이 확정되지 않는다. 기준 주가에 할인율을 적용해 산정하는 구조라, 주가가 움직이면 가액이 바뀌고 그때마다 정정 공시를 내야 한다. 청약 일정이 밀려도 정정, 주관사가 바뀌어도 정정, 배정 대상자가 빠져도 정정이다. 특히 제3자배정으로 소규모 자금을 나눠 조달하는 회사일수록 정정 횟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케이지에이가 낸 정정 여덟 건은 전부 제3자배정 소액공모 건이었다.
자사주 쪽도 정정이 있다. 310건 중 33건, 비율로는 11%다. 유상증자의 47%와는 차이가 크다. 자사주 취득은 결정할 때 금액과 기간이 대체로 확정되기 때문에 고칠 일이 적다.
그래서 양쪽에서 정정을 걷어내고 다시 세면 이렇게 된다.
| 구분 | 전체 공시 | 정정 제외 |
|---|---|---|
| 자사주 관련 | 310건 | 277건 |
| 유상증자 관련 | 542건 | 287건 |
| 배율 | 1.75배 | 1.04배 |
1.75배가 1.04배가 됐다. 격차가 사실상 사라졌다.
처음의 1.7배는 “한국 기업이 주주환원보다 자금조달을 훨씬 많이 한다”는 뜻이 아니라, 상당 부분 유상증자는 한 건을 처리하는 데 문서가 많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공시 건수를 그대로 세는 집계가 어디서 부풀려지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회사 수로 세면 238곳 대 253곳

문서 수가 못 미덥다면 회사 수를 세면 된다. 같은 회사가 몇 번을 공시했든 한 곳으로 치는 방식이다.
두 달 동안 자사주 관련 공시를 낸 회사는 238곳, 유상증자 관련 공시를 낸 회사는 253곳이었다. 1.06배. 정정을 걷어낸 건수 비율 1.04배와 거의 같다. 서로 다른 두 방식이 같은 답을 내놨으니 이 숫자는 믿어도 된다.
2,106개사 중 238곳이면 열한 곳 중 한 곳꼴로 두 달 안에 자사주를 건드렸다는 얘기다. 생각보다 적지 않다. 유상증자도 비슷한 비율이다. 한국 시장에서 이 둘은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상시로 벌어지는 일이다.
회사당 평균 공시 수를 보면 차이가 더 선명해진다. 자사주는 238곳이 310건을 냈으니 회사당 1.3건, 유상증자는 253곳이 542건을 냈으니 회사당 2.1건이다. 유상증자 한 건을 처리하는 데 자사주보다 문서가 1.6배 더 든다. 케이지에이가 극단적 사례일 뿐, 방향 자체는 시장 전체에 깔려 있다.
이 차이를 모르면 “공시가 몇 건 나왔다”는 통계를 볼 때마다 유상증자 쪽에 자동으로 가중치가 붙는다. 뉴스 알림도 마찬가지다. 같은 증자를 열두 번 알려주는 앱과 자사주 매입을 한 번 알려주는 앱은 같은 앱이지만, 두 달을 쓰고 나면 머릿속에 남는 인상이 전혀 달라진다.
여기까지가 첫 번째 반전이다. 그런데 명단을 더 뜯어보니 반전이 한 번 더 있었다.
자사주 공시 세 건 중 한 건은 사겠다는 얘기가 아니었다

“자사주 매입 뜻”을 검색하면 대개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서 주가를 부양하는 것”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맞는 말이지만, 실제 공시에는 정반대 성격의 문서가 같은 이름표를 달고 섞여 있다. 310건을 유형별로 나눠보면 이렇다.
| 유형 | 건수 | 방향 |
|---|---|---|
|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 체결 | 118 | 사겠다(위탁) |
| 자기주식 취득 결정 | 89 | 사겠다(직접) |
| 자기주식 처분 결정 | 61 | 판다 |
|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 해지 | 42 | 안 산다 |
처분과 신탁해지를 합치면 103건, 전체의 33%다. 자사주 공시 세 건 중 한 건은 주주환원이 아니라 그 반대편이었다.
신탁계약은 회사가 증권사에 돈을 맡기고 알아서 사달라고 위탁하는 방식이다. 발표는 쉽고 실행은 느슨하다. 맡긴 금액을 전부 소진할 의무가 없어서 실제로 얼마나 샀는지는 계약이 끝나야 안다. 그 계약을 중간에 거두는 것이 신탁계약 해지다. 만기가 정상적으로 도래해 끝나는 경우도 많지만, 어느 쪽이든 앞으로 이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들이는 힘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최근 두 달 사이 교촌에프앤비, 신한지주, NICE평가정보, 원텍, 달바글로벌, 대신정보통신이 이 명단에 올랐다.
주의할 것은 신탁 체결 118건이 자사주 공시 중 가장 큰 덩어리라는 점이다. 직접 취득 89건보다 많다. 즉 자사주 매입 공시의 최다 유형은 “우리가 얼마어치 샀다”가 아니라 “증권사에 얼마를 맡겼다”다. 맡긴 금액과 실제 집행액의 차이는 계약 종료 공시가 나와야 확인되는데, 그 시점에는 뉴스가 되지 않는다. 발표는 크게 보도되고 결과는 조용히 지나가는 비대칭이 여기서 생긴다.
처분은 갖고 있던 자사주를 다시 시장이나 제3자에게 내다 파는 것이다. 유통 주식 수가 늘어나니 수급으로 보면 방향이 유상증자와 같다. 임직원 상여용, 교환사채 담보용 등 목적은 여러 가지지만 결과는 물량 증가다. 우호 세력에 넘겨 경영권 방어에 쓰는 경우도 있어 지배구조 이슈로 번지기도 한다.
그래서 자사주 쪽에서 취득 방향만 남기면, 즉 처분과 신탁해지를 낸 회사를 빼면 175곳이 된다. 유상증자 253곳의 0.69배다. 이 기준으로는 다시 유상증자가 앞선다.
정리하면 세는 기준에 따라 답이 이렇게 달라진다.
| 세는 기준 | 자사주 | 유상증자 | 자사주 배율 |
|---|---|---|---|
| 공시 건수(원자료) | 310 | 542 | 0.57배 |
| 정정 제외 건수 | 277 | 287 | 0.96배 |
| 회사 수 | 238 | 253 | 0.94배 |
| 취득 방향 회사만 | 175 | 253 | 0.69배 |
“자사주가 많다”도 “유상증자가 많다”도, 어느 칸을 가리키느냐에 달렸다. 배율 하나만 던지고 계산 방식을 밝히지 않는 통계를 보면 나머지 칸이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쯤 의심해볼 만하다.
상장사만 놓고 보면 순서가 뒤집힌다
유상증자 253곳의 시장 구성을 보다가 눈에 걸린 게 있다. 253곳 중 60곳이 비상장 기타법인이었다. 상장은 안 했지만 사채나 지분 관련 공시 의무가 있는 회사들이다. 반면 자사주 238곳 중 기타법인은 세 곳뿐이었다. 당연하다. 주가가 없는 회사는 주가를 부양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상장사만 남기면 이렇게 된다.
| 시장 | 자사주 | 유상증자 |
|---|---|---|
| 코스피 | 67곳 | 51곳 |
| 코스닥 | 167곳 | 131곳 |
| 코넥스 | 1곳 | 11곳 |
| 상장사 합계 | 235곳 | 193곳 |
상장사만 보면 자사주 쪽이 1.2배 많다. 코스피에서도 코스닥에서도 자사주가 앞선다. 처음 봤던 1.7배와는 방향이 반대다.
물론 이건 취득과 처분을 다 합친 숫자라 앞서 본 175곳 기준과는 다른 이야기다. 다만 “상장사 유상증자가 자사주를 압도한다”는 인상 자체를 비상장 법인 60곳이 상당 부분 만들어냈다는 점은 분명하다.
소각까지 간 회사는 59곳
자사주 소각 효과가 단순 매입보다 강하다는 말은 자주 인용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매입만 하면 그 주식은 회사 금고에 남아 언제든 다시 시장에 풀릴 수 있는 잠재 물량이 된다. 소각을 해야 발행주식총수가 실제로 줄고 주당순이익(EPS)이 구조적으로 올라간다.
두 달 동안 주식소각결정 공시는 79건, 정정과 첨부추가를 빼고 회사 수로 세면 59곳이었다. 7월 셋째 주에만 현대모비스, SK스퀘어, KG케미칼, 대한방직, 제이엔케이글로벌, KB금융, 신세계푸드, 남양유업, NICE평가정보, 에스제이그룹이 소각을 공시했다. 이름값 있는 회사들이 실제로 소각까지 가고 있다.
소각 공시 79건 중에서도 18건은 정정이나 첨부추가였다. 소각 예정 주식 수나 소각 예정일을 고친 문서다. 여기서도 원자료 건수를 그대로 세면 실제 사건보다 20% 가까이 부풀려진다는 뜻이다. 어느 항목을 세든 정정을 빼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집계에서 얻은 가장 실용적인 교훈이었다.
같은 기간 자사주를 만진 회사가 238곳이었으니 소각까지 간 곳은 그중 4분의 1 수준이다. 나머지는 사겠다고 발표하거나, 신탁을 맡기거나, 팔거나, 맡겼던 걸 거뒀다.
이 구간에서 이름이 두 번 나오는 회사도 있다. 남양유업과 NICE평가정보는 7월 15일에 소각 공시와 신탁계약 해지 공시를 같은 날 냈다. 맡겨둔 신탁 계약이 만기로 끝나면서 그동안 사들인 주식을 소각한, 정상적인 마무리로 읽히는 조합이다. 제목만 보고 “해지는 악재”로 자동 분류하면 이런 건을 놓친다.
취득 결정 쪽에는 7월 셋째 주에 SK디스커버리, 옴니시스템, 인터엠, 삼일, DMS, 카스, 한익스프레스가 이름을 올렸다. 자사주 매입은 대형주만의 일이 아니고, 건수로는 오히려 코스닥 중소형주가 훨씬 많다.
자금조달 쪽에서 유상증자와 짝을 이루는 항목도 짚어둘 만하다. 같은 기간 전환사채 관련 공시가 384건이었다. 전환사채는 나중에 주식으로 바뀌는 채권이라 지금은 부채지만 결국 주식 수를 늘린다. 유상증자 287건(정정 제외)에 이쪽을 더하면 희석 요인 쪽이 확실히 두텁다.
참고로 무상증자 차이를 묻는 경우가 많은데, 무상증자는 회사가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옮기며 주식을 공짜로 나눠주는 것이라 회사로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 주식 수만 늘고 주당 가치는 그만큼 조정되니 유상증자 주가 반응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이번 집계에서 유상증자로 잡힌 건수에 무상증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시장별 공시 총량은 코스닥 3,633건, 코스피 3,182건, 기타법인 463건, 코넥스 189건이었다. 상장사 수를 감안하면 코스닥 회사가 공시를 훨씬 자주 내는 구조인데, 정정 재탕이 몰리는 곳도 여기다. 케이지에이도 블루산업개발도 코스닥 상장사다.
코스닥에서 자사주 공시를 낸 회사가 167곳으로 코스피 67곳보다 훨씬 많다는 점도 짚어둘 만하다. 자사주 매입을 대기업 이벤트로 생각하기 쉽지만 건수의 무게중심은 중소형주 쪽이다. 다만 코스닥 자사주에는 신탁 체결과 해지가 반복되는 패턴이 상대적으로 잦고, 금액 규모도 작다. 코스피 67곳의 금액을 합치면 코스닥 167곳을 가볍게 넘길 가능성이 크다. 건수와 금액이 갈리는 지점이 여기다.
양쪽 명단은 거의 겹치지 않는다

자사주 238곳과 유상증자 253곳, 합치면 491곳이다. 이 중 두 명단에 모두 이름을 올린 회사는 몇 곳일까. 세어보니 여섯 곳이었다. 디와이씨, 비스토스, 쏘카, 오에스피, 윈하이텍, 토박스코리아.
1%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두 달이라는 짧은 창을 놓고 보면 회사는 둘 중 하나만 한다. 돈을 돌려주거나, 돈을 걷거나. 같은 시기에 자기 주식을 사면서 동시에 새 주식을 찍는 회사는 거의 없다.
겹친 여섯 곳의 내역도 대부분 설명이 붙는다. 디와이씨는 5월 26일에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3주 뒤인 6월 16일에 자사주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윈하이텍은 6월 2일 신탁 체결 뒤 7월 7일 유상증자 결정이다. 쏘카는 6월 11일에 본사 자사주 신탁을 체결했고, 6월 29일 유상증자는 종속회사 건이었다. 모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는 동안 자회사는 자금을 조달한 것이니 성격이 아예 다르다.
즉 “한국 기업이 한 손으로 자사주를 사고 다른 손으로 증자를 한다”는 식의 그림은, 적어도 이 기간 데이터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두 행동은 서로 다른 회사군에서 일어난다. 자사주를 사는 쪽은 현금이 남는 회사고, 증자를 하는 쪽은 현금이 필요한 회사다.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통계를 시장 전체 평균으로 뭉뚱그리면 이 구분이 사라진다.
이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하나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자. 여기 나온 건 전부 건수이고 금액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조 단위 자사주를 사들인 공시 한 건과 코스닥 소형주가 30억 원 유상증자를 결정한 공시 한 건은 데이터에서 똑같이 1건이다. 금액으로 다시 세면 자사주 쪽이 훨씬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 글의 숫자는 돈의 크기가 아니라 몇 개 회사가 몇 번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보여주는 빈도 지표다.
집계 방식도 완벽하지 않다. 공시 제목의 키워드로 분류했으니 제목이 특이한 건은 빠질 수 있고, 60일은 계절성을 걸러내기에 짧다. 3월 주총 시즌이나 연말에 다시 세면 다른 그림이 나올 수 있다.
그래도 남는 건 있다. 공시 건수를 그대로 세면 유상증자 쪽이 크게 부풀려진다는 것, 자사주 공시라고 다 주주환원은 아니라는 것, 그 둘을 걷어내고 상장사만 남기면 알려진 것보다 자사주 쪽이 두텁다는 것. 배율 하나로 결론 내기 전에 분모와 분자를 확인할 이유는 충분하다.
개별 종목을 볼 때 쓸 수 있는 정리도 하나 남는다. 자사주 공시가 떴을 때 확인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제목이 취득인지 처분인지 해지인지. 둘째, 직접 취득인지 신탁 위탁인지. 셋째, 소각 문구가 함께 붙어 있는지. 이 세 칸만 채워도 “자사주 매입 = 호재”라는 반사적 해석에서 한 단계는 내려올 수 있다. 유상증자 쪽이라면 확인할 것은 조달 자금의 용처와 배정 방식, 그리고 정정 이력이다. 두 달 사이 정정이 여덟 번 붙은 증자와 한 번에 끝난 증자는 같은 유상증자가 아니다.
이 글의 숫자는 결국 두 달치 스냅숏이다. 다음 분기에 다시 세면 배율은 또 달라질 것이다. 다만 세는 방식에 따라 결론이 반대로 뒤집힐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기가 바뀌어도 그대로다.
영상으로 더 보기
이 글에서 다룬 공시·주식시장 이야기는 유튜브 코코노미에서 영상으로도 풀고 있습니다.
- 9,115의 저주 — 코스피, 왜 24일 만에 4분의 1이 증발했나 — 이 글의 배경이 되는 국내 증시 급락 국면을 데이터로 복기했습니다.
- 8년 적자 삼성중공업이 세계 1위가 된 진짜 이유 — 기업이 번 돈을 어디에 쓰느냐가 회사의 운명을 어떻게 갈랐는지 다룹니다.
- 재수 1년의 진짜 가격은 3천만원이 아닙니다 — 자사주를 살까 설비에 투자할까, 기업의 선택도 결국 기회비용 문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자사주 매입 뜻이 정확히 뭔가요?
회사가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입니다. 유통 주식 수가 줄어 통상 주가에 우호적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공시에는 직접 사는 ‘자기주식 취득 결정’과 증권사에 위탁하는 ‘신탁계약 체결’이 따로 있고, 신탁은 맡긴 금액을 다 쓰지 않아도 됩니다. 또 ‘자사주 공시’에는 반대 방향인 ‘처분 결정’과 ‘신탁계약 해지’도 함께 묶입니다. 2026년 5월 23일~7월 22일 310건 중 103건, 세 건 중 한 건이 이 두 유형이었습니다.
자사주 소각 효과가 매입보다 강하다는 이유는요?
매입만 하면 그 주식은 회사 금고에 남아 나중에 다시 시장에 나올 수 있습니다. 소각을 해야 발행주식총수가 실제로 줄어 주당순이익이 구조적으로 올라갑니다. 최근 60일 기준 자사주를 건드린 회사는 238곳이었지만 소각까지 공시한 회사는 59곳이었습니다.
유상증자 주가는 왜 대체로 하락하나요?
새 주식을 발행하니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되고, 발행가액이 시가보다 할인돼 정해지기 때문에 단기 매도 압력도 생깁니다. 결국 조달한 돈의 용처가 관건입니다. 설비 투자나 인수 자금이면 다르게 평가받고, 운영 자금이나 채무 상환이면 부정적으로 읽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상증자와 무상증자 차이는 뭔가요?
유상증자는 주주나 제3자에게 돈을 받고 새 주식을 주는 것이라 회사로 현금이 들어옵니다. 무상증자는 회사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옮기며 주식을 무상으로 나눠주는 것이라 현금 유입이 없습니다. 무상증자는 주식 수가 늘고 주가가 그만큼 조정되는 형식적 변화에 가깝습니다.
정정 공시가 여러 번 나오면 나쁜 신호인가요?
그 자체로 악재는 아닙니다. 유상증자는 발행가액이 주가에 연동돼 산정되므로 정정이 구조적으로 발생합니다. 다만 두 달 사이 정정이 여덟 번 반복되는 경우라면 일정이나 조달 조건이 계속 흔들린다는 뜻일 수 있으니, 무엇이 바뀌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